[통일로 미래로] 취업의 꿈 키워요…‘탈북민 사관학교’

입력 2016.05.14 (08:10) 수정 2016.05.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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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앞두고 탈북 청년들의 취업 고민도 다른 젊은이들만큼이나 심각하다고 하죠?

네, 그래서 탈북민들 사이에선 “취업이 탈북보다 더 어렵다”, 이런 말도 있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탈북 청년들의 사회 적응은 물론이고, 취업에도 도움을 주는 특별한 사관학교가 있다면서요?

네, 탈북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직업대안학교가 있는데요, 탈북 학생들의 취업 도전기와 함께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신록이 우거진 골프장.

시원하게 펼쳐진 필드 위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카트를 타고 한참을 달리자 골프장 구석구석 시설을 살피고 손보는 청년이 있습니다.

<인터뷰> 황찬우(탈북민/골프장 시설 관리 직원) : "여기 연못 정화 장치인데요. 지금 이게 잘 작동되나 한 번 시운전하러 여기 나와 봤습니다."

골프장에 취직해 시설관리팀에 출근한 지 두 달이 됐다는 황찬우 씨인데요.

올해 25살의 찬우 씨는 어린 나이에 탈북해 한국에 온 지가 벌써 11년이나 됐습니다.

<인터뷰> 최영석(골프장 시설 관리 주임) : "밸브 좀 열어주고 스팀, 물에서 이제 온도 올라가게 손님 조금 있으면 들어오시니까, 이렇게 맞춰주고 하면 돼."

매사에 열심이어서 이곳에선 일꾼으로 통한다는데요.

한때 공대에 진학했었지만 적응이 쉽지 않아 자퇴했던 찬우씨.

그런 그에게 취업부터 사회 적응까지, 특별한 도움을 준 곳이 있습니다.

<인터뷰> 황찬우(탈북민/골프장 시설 관리 직원) : "두드림 아카데미라고 ‘해솔직업사관학교’ 들어가서 용접, 배관 등등 이런 기술을 배우고 취업하게 됐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게 가장 보람찬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남한에 온 탈북 청년들은 취업의 문턱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탈북청년들이 취업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학교가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이곳은 탈북민 직업대안학교인 해솔직업사관학교인데요.

강의실에서 두 학생이 중학교 수학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녹취> "키가 가장 큰 학생이 몇 cm일까요? (179cm요.)"

탈북 청년들은 북한에서, 또 오랜 탈북 과정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입국한 경우가 많은데요.

<인터뷰> 김광일(가명/해솔직업사관학교 학생) : "북한에 있을 때는 수학을 배우지 못했어요. 여기 와서 기초부터 하려니까 조금 힘드네요."

그래서 모든 수업은 각자의 학습 능력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됩니다.

기초학력부터 다지고, 전문기관과 연계해 직업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준비하기도 하는데요.

중장비 기사가 꿈인 이 학생도 입학 1년여 만에 그 꿈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인터뷰> 전성진(가명/ 해솔직업사관학교 학생) : "(여기) 와서 (지난해) 2월 달부터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8월에 검정고시 자격증(졸업장)을 땄어요. 그리고 바로 이쪽으로 가려고 책도 보고 학원 등록해서 그 분야의 필기시험을 준비해서 (굴삭기 운전 기능사) 자격증을 딴 상태입니다."

학교를 설립한 사람은 1990년대 북한에 경수로를 지을 때 현지 근무를 하면서 북한과 인연을 맺은 은행 부행장 출신의 김영우 씨인데요.

<인터뷰> 김영우(해솔직업사관학교 이사장) : "지난 10여 년 동안 북한 이탈 청년들하고 생활 하고, 또 지난 30년간의 직장 생활, 그리고 북한에서의 경험. 이런 것의 총체적인 산물로서 정말 이런 학교를 하나 만들어야 되겠다."

개교한 지 2년.

학교가 이 정도나마 자리를 잡아가는 데는 공익재단 등의 후원과 지자체, 기업들의 협조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영우(해솔직업사관학교 이사장) : "각각 개인별로 그 사람의 능력을 키워주지 않으면 실제로 개인한테는 그렇게 효과가 안 나는 거죠. 그런 부분에 저희는 철저하게 사람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지원을 하는 걸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은 찬우 씨가 바쁜 시간을 쪼개 모교를 찾았습니다.

<녹취> "선생님 저 왔어요. (오랜만이다 야, 잘 지냈어?)"

비슷한 처지의 탈북 청년들이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며 취업의 꿈을 키우고 있는데요.

사회생활 이것저것이 궁금한 듯, 질문이 끊이질 않습니다.

<녹취> "회사를 다니면 승진이라는 게 있잖아. 그러면 승진하는 건 어떻게 되는 거야? (2, 3년 되면 아마 담임, 그 다음이 주임, 이렇게 쭉쭉 올라가는데 아직 나는 뭐 거의 승진 그것 생각도 안 해 봤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후배들 앞에 선 찬우 씨.

<녹취> "오늘 찬우가 쏘니까 많이 먹어. 많이 시켜먹고. 우리 찬우한테 박수..."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을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이자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금성(해솔직업사관학교 학생) : "이렇게 와주니까, 와서 밥을 사고 그러니까 뭐 흐뭇하죠. 저도 빨리 취직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남한 땅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탈북 청년들.

조금은 두렵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으로, 또, 통일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세상으로의 문을 두드립니다.

무역실무와 외국어를 배우는 무역전문가 양성 과정에도 또 한 사람의 해솔학교 가족이 있습니다.

7년 전 혈혈단신 입국한 엄광혁 씨.

10년 후 창업을 꿈꾸는 그를 밀착 지원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인터뷰> 송송이(무역아카데미 무역 마스터 담당) :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대신 그것을 봐주고, 기다려주고, 물을 주고, 햇빛을 줄 그런 사람이 필요한 거죠."

무역협회의 전문적인 지도와 함께 동료 학생들이 광혁 씨가 잘 모르는 내용을 가르쳐주고 돕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인터뷰> 엄광혁(해솔직업사관학교 학생) : "뭔가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생겼어요. 지금 이런 경험이 나한테 주어지니까 너무 좋아요. 뭔가 본 받는 느낌이 있어서 뭔가 성취감 같은 것 있잖아요."

힘겨웠던 시간을 뒤로 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탈북 청년들.

직업사관학교를 통해 꿈을 키운 이들이 사회와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우리 사회의 주인공으로 성장해 통일의 희망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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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취업의 꿈 키워요…‘탈북민 사관학교’
    • 입력 2016-05-14 08:33:36
    • 수정2016-05-14 0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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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앞두고 탈북 청년들의 취업 고민도 다른 젊은이들만큼이나 심각하다고 하죠?

네, 그래서 탈북민들 사이에선 “취업이 탈북보다 더 어렵다”, 이런 말도 있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탈북 청년들의 사회 적응은 물론이고, 취업에도 도움을 주는 특별한 사관학교가 있다면서요?

네, 탈북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직업대안학교가 있는데요, 탈북 학생들의 취업 도전기와 함께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신록이 우거진 골프장.

시원하게 펼쳐진 필드 위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카트를 타고 한참을 달리자 골프장 구석구석 시설을 살피고 손보는 청년이 있습니다.

<인터뷰> 황찬우(탈북민/골프장 시설 관리 직원) : "여기 연못 정화 장치인데요. 지금 이게 잘 작동되나 한 번 시운전하러 여기 나와 봤습니다."

골프장에 취직해 시설관리팀에 출근한 지 두 달이 됐다는 황찬우 씨인데요.

올해 25살의 찬우 씨는 어린 나이에 탈북해 한국에 온 지가 벌써 11년이나 됐습니다.

<인터뷰> 최영석(골프장 시설 관리 주임) : "밸브 좀 열어주고 스팀, 물에서 이제 온도 올라가게 손님 조금 있으면 들어오시니까, 이렇게 맞춰주고 하면 돼."

매사에 열심이어서 이곳에선 일꾼으로 통한다는데요.

한때 공대에 진학했었지만 적응이 쉽지 않아 자퇴했던 찬우씨.

그런 그에게 취업부터 사회 적응까지, 특별한 도움을 준 곳이 있습니다.

<인터뷰> 황찬우(탈북민/골프장 시설 관리 직원) : "두드림 아카데미라고 ‘해솔직업사관학교’ 들어가서 용접, 배관 등등 이런 기술을 배우고 취업하게 됐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게 가장 보람찬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남한에 온 탈북 청년들은 취업의 문턱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탈북청년들이 취업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학교가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이곳은 탈북민 직업대안학교인 해솔직업사관학교인데요.

강의실에서 두 학생이 중학교 수학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녹취> "키가 가장 큰 학생이 몇 cm일까요? (179cm요.)"

탈북 청년들은 북한에서, 또 오랜 탈북 과정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입국한 경우가 많은데요.

<인터뷰> 김광일(가명/해솔직업사관학교 학생) : "북한에 있을 때는 수학을 배우지 못했어요. 여기 와서 기초부터 하려니까 조금 힘드네요."

그래서 모든 수업은 각자의 학습 능력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됩니다.

기초학력부터 다지고, 전문기관과 연계해 직업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준비하기도 하는데요.

중장비 기사가 꿈인 이 학생도 입학 1년여 만에 그 꿈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인터뷰> 전성진(가명/ 해솔직업사관학교 학생) : "(여기) 와서 (지난해) 2월 달부터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8월에 검정고시 자격증(졸업장)을 땄어요. 그리고 바로 이쪽으로 가려고 책도 보고 학원 등록해서 그 분야의 필기시험을 준비해서 (굴삭기 운전 기능사) 자격증을 딴 상태입니다."

학교를 설립한 사람은 1990년대 북한에 경수로를 지을 때 현지 근무를 하면서 북한과 인연을 맺은 은행 부행장 출신의 김영우 씨인데요.

<인터뷰> 김영우(해솔직업사관학교 이사장) : "지난 10여 년 동안 북한 이탈 청년들하고 생활 하고, 또 지난 30년간의 직장 생활, 그리고 북한에서의 경험. 이런 것의 총체적인 산물로서 정말 이런 학교를 하나 만들어야 되겠다."

개교한 지 2년.

학교가 이 정도나마 자리를 잡아가는 데는 공익재단 등의 후원과 지자체, 기업들의 협조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영우(해솔직업사관학교 이사장) : "각각 개인별로 그 사람의 능력을 키워주지 않으면 실제로 개인한테는 그렇게 효과가 안 나는 거죠. 그런 부분에 저희는 철저하게 사람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지원을 하는 걸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은 찬우 씨가 바쁜 시간을 쪼개 모교를 찾았습니다.

<녹취> "선생님 저 왔어요. (오랜만이다 야, 잘 지냈어?)"

비슷한 처지의 탈북 청년들이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며 취업의 꿈을 키우고 있는데요.

사회생활 이것저것이 궁금한 듯, 질문이 끊이질 않습니다.

<녹취> "회사를 다니면 승진이라는 게 있잖아. 그러면 승진하는 건 어떻게 되는 거야? (2, 3년 되면 아마 담임, 그 다음이 주임, 이렇게 쭉쭉 올라가는데 아직 나는 뭐 거의 승진 그것 생각도 안 해 봤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후배들 앞에 선 찬우 씨.

<녹취> "오늘 찬우가 쏘니까 많이 먹어. 많이 시켜먹고. 우리 찬우한테 박수..."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을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이자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금성(해솔직업사관학교 학생) : "이렇게 와주니까, 와서 밥을 사고 그러니까 뭐 흐뭇하죠. 저도 빨리 취직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남한 땅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탈북 청년들.

조금은 두렵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으로, 또, 통일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세상으로의 문을 두드립니다.

무역실무와 외국어를 배우는 무역전문가 양성 과정에도 또 한 사람의 해솔학교 가족이 있습니다.

7년 전 혈혈단신 입국한 엄광혁 씨.

10년 후 창업을 꿈꾸는 그를 밀착 지원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인터뷰> 송송이(무역아카데미 무역 마스터 담당) :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대신 그것을 봐주고, 기다려주고, 물을 주고, 햇빛을 줄 그런 사람이 필요한 거죠."

무역협회의 전문적인 지도와 함께 동료 학생들이 광혁 씨가 잘 모르는 내용을 가르쳐주고 돕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인터뷰> 엄광혁(해솔직업사관학교 학생) : "뭔가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생겼어요. 지금 이런 경험이 나한테 주어지니까 너무 좋아요. 뭔가 본 받는 느낌이 있어서 뭔가 성취감 같은 것 있잖아요."

힘겨웠던 시간을 뒤로 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탈북 청년들.

직업사관학교를 통해 꿈을 키운 이들이 사회와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우리 사회의 주인공으로 성장해 통일의 희망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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